“회상된 기억은 과거를 완벽하게 재생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흘러간 옛 기억을 회상해 보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몇 가지 재생시켜 표현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헤밍웨이는 “모든 인생은 다 이야깃거리가 있고, 모두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라고 했다. 그렇다, 사람마다 모두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갑돌이’라고 하는 사람의 이름을 가진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갑돌이가 내레이션을 해야 한다. ‘갑돌이’의 살아온 이야기들이 모여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되면 작은 역사(歷史)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 세대는 누구나 격동의 세월을 몸으로 부딪히고 헤쳐가면서 살아왔다. 그러한 우리 세대의 삶을 자칫 자기만의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뒤돌아보면 나의 인생은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가정을 이루고 나아가 사회와 국가를 이룬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내 개인의 삶은 가족과 사회, 우리나라의 삶과 결부된 것이었다. 가까이는 부모·형제와 가족·친지에서부터 동창생들 내가 일하는 직장 동료와 선후배, 사회생활 속에서 만나는 이웃들이 있어 필자가 오늘까지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본 회고록은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스스로 나 자신의 과거를 반추해 보는 글임을 밝혀둔다. 이제 작은 희망이라면 인간으로서 긍지를 잃지 않고, 유연하고 깨끗하게 늙어 가는, 부끄럽지 않은 노년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