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펼쳐진 커다란 풍경화에는 평택과 천안 사이의 파란 들판들이 고운 융단을 깔아놓은 듯 드넓게 펼쳐지며 지나가고 있었다. 한차례 태풍이란 놈이 심술을 부리며 지나갔는데도, 별 탈 없이 파란 빛을, 그러나 듬성듬성 조금은 누렇게도 변해가는 들판을 바라보다 문득 애들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애들 아빠는 창원에 있는 큰 전자 회사의 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본사에서 근무하다 창원으로 발령받아 내려간 지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사내에 있는 기숙사 생활을 해가며 흔히 말하는 주말부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원남은 곰곰이 생각하다 피식, 혼자 웃고 말았다. 말이 주말부부였지 보름에 한 번 어떤 때는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 올라와서는 긴 소파 위에 누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굴러가며 텔레비전 리모컨이나 눌러 대다가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게 일이었다. 그러다 날도 채 밝지도 않은 꼭두새벽에 허겁지겁 일어나 애들 방문을 빼꼼히 열고 얼굴 한 번 쳐다본 뒤 아쉬운 마음을 억누르며 터벅터벅 멀어져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렸다. 원남은 지난달에 애들 아빠가 올라왔을 때 미리 약속을 받아놓았었다. 애들 방학 때 아빠의 휴가에 맞춰 같이 지내기로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