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이 살았던 과거에도, 후손이 살아갈 미래에도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가 있다
역사는 많은 현재가 쌓여서 이루어졌다. 역사를 만든 건 기록이다. 최춘 수필가의 기록 역시 역사를 담고 있다. 향가와 고전수필에서 선인의 정취를 따라가고, 누군가를 위하여 기도하고, 누군가를 위하여 봉사하고, 후원금까지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미래를 엿본다. ‘미스터 트롯’ 이찬원의 영상을 보고 솟대의 일종인 진또배기에 소원 하나 두면서 현재를 극복한다. 솟대라는 전통의 산물과 현대인의 조화가 돋보인다.
코로나19 유행이 불러온 혼돈을 일상의 작은 행복으로 덮는 글을 모은 수필집, 『하나의 달이 천 개의 강을 비추듯』. 이 제목은 대웅보전 4개의 기둥에 쓰인 주련에서 따왔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천 개의 강을 비추는 달과 같이 온 세상에 두루 계신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자신의 글로 세상을 비추고 싶은 최춘 수필가의 바람이 투영된 제목이다.
최춘 수필가가 자주 쓰는 말이 있다. ‘푸르고도 젊은 날’이다. 작가가 주목하는 누군가의 푸르고도 젊은 날은 주로 부모님이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은 부모님의 젊은 날을 누가 생각이나 해볼까. 그때의 젊은 부모님과 어린 자신을 되새기며 지금의 늙은 어머니와 다 큰 자식들을 바라본다. 가족의 존재는 역사 그 자체다.
코로나19의 창궐은 모두의 삶을 바꿔 놓았다. 모임 갖기를 좋아하는 최춘 수필가의 생활조차도. 모임에 나갈 수 없게 되자 작가는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우연히 절절하게 노래하는 대학생을 발견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에서 미(美)로 입상한 이찬원이다. 저자는 자칫 지루할 수 있었던 거리두기 상황에 활기를 찾아준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팬심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물레야’를 부를 때마다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는 페넬로페가 튀어나오고, ‘혼불’에서 베틀 앞에 앉아 기서를 기다리는 인월댁이 나타난다.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보다가 과거의 문학을 연상하는 것에서 저자만의 문학적 소양이 드러난다.
작가는 현재를 살아가며 역사를 만드는 것을 축복이라 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역사가 된다. 저자에게 글을 쓰는 일이란 역사를 남기는 것이다. 두터운 이웃 간의 정, 젊은 사람과의 소통에서 오는 따스함, 장성한 자녀가 부모에게 사랑을 돌려주는 모습. 사소하지만 그날 하루의 행복이 되고 기록으로 남기면 역사가 된다. 개개인의 기록이 역사가 되는 현장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