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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10 17:05
초록이 흐르는 계절 바람이 분다
 글쓴이 : 지식공감
조회 : 479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 [185]

‘초록이 흐르는 계절 바람이 분다’는 제목부터 평화롭고 차분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제목과 달리 최근 우리 공동체가 겪고 있는 노인, 가족, 은퇴 등의 우울한 문제에 대해 이 시집 출간이 주는 메시지는 자못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전업주부로 평범한 삶을 살아온 노숙모(전화자 시인)와 베이비붐 막내 세대로서 은퇴한 조카인 박화진 시인이 시집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이다. 백세 시대를 살게 된 78세의 노숙모는 남편과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그럼에도 여고 시절 문학소녀의 꿈을 굳은살과 검버섯이 핀 손마디 한쪽에 두고 놓지 않았다. 70을 넘긴 나이가 되어서 콧등 끝자락에 돋보기를 걸친 채 뜨개질하듯 한 땀 한 땀 지나온 세월을 시로 그리기 시작했다.
종갓집으로 시집오던 날, 20명 넘는 까까머리 조카들 가운데 문턱에 걸터앉아 빼꼼히 올려보던 5살의 조무래기 조카가 은퇴를 하고 인생 2막을 맞이하며 허둥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던지 “애비야 밥은 먹고 다니냐?”고 말씀하신다. 숙모님의 시선은 여전히 50년 전 그 시간에 묶여 있다.
공직생활 틈틈이 수필과 시로써 삶과 자연을 노래하고 세상을 바라보던 조카는 은퇴 후 어느 날 노숙모의 낡은 노트 한 자락에 적힌 시를 훔쳐보다 죽비로 등짝을 맞은 느낌을 감추지 못했다.
“숙모님! 같이 시집 한번 내실래요?”
툭 내뱉은 말이 결국 합동 시집을 출간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 먹음과 늙음은 정지와 퇴장이요 은퇴는 그 다름 아니라고 생각했던 조카는, 삶은 죽는 날까지 터벅걸음이라도 걸어가는 것이며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노숙모의 시작 활동을 보고 몸소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시집은 백세 시대, 노인의 삶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함께 시집을 만들며 가족 공동체의 울림을 체험하고 은퇴의 갈림길에서 새로운 기운을 찾게 해주는 시집이다.

시 ‘호박잎 껍질 이야기’는 우리를 웃음짓게 한다. 호박잎 한 묶음을 사서 다듬어 물에 데치고 푹 삭은 된장을 끓여 밥상 위에 대령했더니 중학생 두 아들놈은 소가 먹는 것을 왜 먹이려느냐고 투덜댄다. 호박잎 껍질을 벗기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젊은 날 살림에 서툴렀던 추억이 새록새록 그려진다.
팔순을 바라보는 숙모에게도 일찍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누구 못지않다. ‘엄마’라는 시에서 숙모는 두려울 때, 서러울 때, 그리움에 사무칠 때 애틋하게 ‘엄마’를 부른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를 먹어도 옅어지지 않는다. ‘엄마’라는 말은 언제나 다정스럽고 불러보고 싶은 이름이다. ‘엄마’라는 시의 이야기다.
‘냉면 사발과 우리 숙모님’이란 시에서는 노숙모에 대한 중년 조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여름날 노숙모가 손수 만들어준 냉면을 먹으면 모정같은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의 계절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늦중년의 청년 같은 사랑 예찬가 ‘五季’, 자식에 대한 바람과 깨달음을 담아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자식’ 등 삶에서 느끼는 소소한 깨달음들이 공감의 언어로 펼쳐진다.

조카는 그간 몇 권의 수필집과 시집을 내며 인세를 기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유니세프에 기증해왔다. 이번에도 시집 인세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증하기로 했다. 노숙모 역시 적은 액수지만 뜻있게 쓸 수 있다는 데 감사할 따름이라며 뜻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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