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병동에서 만난 사람들
10대 소녀의 마음 기록
“요즘 마음은 어때?” 난 아직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5학년, 교내 따돌림을 겪으며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내 몸을 아프게 하다가 이내 어린이정신병동에 입원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퇴원했지만 아직 약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답니다.
병원에서 지내는 건 정말 다시 하기 싫은 경험이에요. 사랑하는 가족이랑 친구도 못 보고, 하기 싫은 체조를 해야 하고, 약 먹는 것도 싫은데, 무엇보다도 자해를 못 하게 하는 선생님이 미웠어요. 내 몸은 소중하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단 말이에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선생님 말씀이 맞더라고요. 스스로 사랑하지 않으면 남들도 저를 소중히 대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도 살아가고 싶어요. 나도 살 만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내 우울에도 끝이 있을 거예요. 이 글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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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봄
저는 학교 밖 청소년이에요. 마음이 아파서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지요. 저는 비 오는 날이 좋아요. 소리 내어 울 수 있으니까. 애써 아픔을 숨기지 않아도 되니까.
요즘 마음은 어때? 라는 질문에 꽤 오랜 시간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아무리 노력하고 연습하고 애를 써 봐도 항상 변하지 않고 제자리였어요.
그래도 내일은 사람들을 보고 가게들의 빛도 좀 보려구요.
저도 다른 사람처럼 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단 한 순간만큼이라도 저도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들, 모두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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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병동에서 보낸 중학교 3학년 가을을 지나
아픔을 삼키는 현재를 살아가는 10대 소녀의 넋두리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는 “좋은 추억으로 남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힘들어하는 사람 옆을 지키는 게 어렵다는 걸 이해하지만,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봄이는 학교 밖 청소년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따돌림을 겪으면서 자해를 시작했어요. 사춘기의 예민한 감성은 이내 봄이의 마음을 잠식했습니다. 결국 중학교 3학년 가을, 어린이정신병동에 입원하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온갖 까다로운 규칙과 자해하고 싶은 충동은 봄이를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몸을 해칠수록 사랑하는 대상과는 멀어져갔습니다.
앵무새 단비가 잘 지내고 있는지,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사는지, 일상에서 나를 한 번은 떠올리는지 궁금한데, 그 소식과 단절되는 기분은 어떨까요. 봄이는 건강하게 퇴원해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자신을 더 사랑하는 노력을 합니다. 물론 하루 만에 자존감이 높아질 수는 없어요. 퇴원해서 일상을 사는 지금도 사는 게 벅찹니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요. 옆을 지켜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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